골드, 원유, 주식 ― 겉은 평온하지만, 그 아래는 혼돈

세계 금융시장은 겉보기에는 이례적으로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서는 트레이더들이 점점 비싸지는 보호 비용을 치르며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
주식부터 원자재까지, 최근 몇 주간 헤지 비용이 급등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변동성이 낮아 보여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블룸버그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내내 ‘내재 변동성(향후 시장 변동성에 대한 기대)’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실현 변동성’과의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며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와 금이 보여주는 상반된 이야기
원유 시장은 이러한 역설의 대표적인 사례다. 몇 달째 가격이 좁은 범위에 갇혀 움직임이 거의 없지만, 러시아 정유소 공격이나 새로운 제재 가능성 같은 뉴스가 나올 때마다 단기 변동성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원유펀드(USO)는 현재 지난 1년 중 가장 넓은 변동성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시장이 ‘고요의 끝’을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금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 가격은 온스당 4,00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재정 건전성 논란 속에서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상승세로 인해 금의 내재 변동성이 높아졌으며, 리스크 프리미엄은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State Street Investment Management의 금속 전략 책임자 아카시 도시(Aakash Doshi)는 “옵션 비용 상승은 공포와 투기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며 “딜러들은 헤지 비용을 높이고, 투자자들은 금 가격 급등에 대비해 상방 보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시장이 안정되면 프리미엄은 식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조용한 지수, 요동치는 개별 종목
주식시장도 겉보기엔 차분하지만, 이면에는 긴장이 흐르고 있다. S&P 500 변동성지수(VIX)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개별 종목은 실적 시즌마다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요 종목 간 상관관계가 낮아지면서 지수 전체의 변동성이 실제보다 작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옵티버(Optiver)의 로비 크놉(Robby Knopp)은 “내재 변동성이 실현치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트레이더들은 연말을 앞두고 조용히 방어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록적인 옵션 거래량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연준(Fed)의 정책 변화나 예상치 못한 실적 발표에 대비하고 있다.
고요함 아래의 압력
개별 종목과 지수 간의 변동성 격차 확대는 트레이더들이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과거에도 이런 현상은 대규모 가격 변동의 전조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전략가 탄비르 산두(Tanvir Sandhu)는 “시장은 안도와 경계심 사이에 있다. 투자자들은 이 평온함을 믿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이든 원유든 주식이든 어떤 자산이 먼저 움직이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 시장의 고요한 표면 아래에는 강력한 흐름이 숨어 있다.
트레이더들은 ‘고요함이 깨지는 순간’을 대비해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의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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